글쓴이 : 김유진
가로로 긴 모양의 부지에 새롭게 탄생한 두 개의 정원.
동양과 서양,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정원은 시시각각 쉬지 않고 변화한다.바쁜 일상 속 새들과 정원을 감상하며 현실의 피로를 잊는다.
주택 현관의 우측에 조성한 중정에는 물철쭉, 생강나무, 호스타, 고사리 등의 반음지식물과 이끼류가 식재되었다.
촘촘했던 일상에 여유를 찾아준
잔디 산책길 정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일상에 느림의 여유가 찾아왔다. 새벽이면 새소리에 잠이 깨어 정원으로 나오게 된다는 정원주.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다채로운 정원의 모습을 감상하다보니 최근 들어 출근 시간이 계속해서 늦어질 정도라고 한다. 경상북도 성주군에서 개인 갤러리 ‘아트리움 모리’를 운영하는 구복순 대표는 아파트 생활을 마치고 처음 주택에 살게 되면서 나만의 정원에 대한 로망을 실현했다. 긴 직사각형 형태의 정원은 크게 두 개의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정원에는 노송 두 그루가 심겨져 있었는데, 한옥식으로 꾸민 집 내부와 어울리는 풍경이었기에 기존 소나무를 그대로 두고 동양식 정원을 꾸미기로 했다. 나머지 절반 정도의 땅에는 유럽식 정원을 설계했다. 모던하고 깔끔한 외관과 정원 쪽으로 열린 테라스 공간에 설치된 원통형 기둥은 웅장하면서도 새로운 정원과 조화를 이룬다.
BEFORE
유럽식 정원에는 옆으로 긴 정원의 모양을 활용해 잔디로 된 U자형 산책길을 조성했다. 잔디 산책길을 중심으로 정원의 레이아웃이 정해졌고, 가운데 공간에는 디딤석으로 또 다른 길을 만들었다. 그렇게 산책길 가장자리와 산책길 사이사이에 다양한 식물들이 채워졌다. 다간형의 나무들은 낮고 존재감 있는 소나무와 조화를 이루고, 관목들은 정원의 중간 뼈대를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시간에 따라 계절감을 보여줄 숙근초는 정원 전체에 배치했다. 동양식 정원의 소나무 주변에는 최소한의 식재를 하고, 건조에 강한 식물을 심어 관리에 손이 덜 가도록 했다.>
정원의 중심에 석재 디딤석을 모자이크 형태로 깔고 가장자리에 U자형 산책로를 따라 잔디를 깔았다. /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계단을 따라 설치된 구조물은 다간형 나무의 좋은 배경이 된다.
옆으로 길게 드리워지는 소나무는 고급스러운 모습으로 정원을 채운다.
건조한 환경에도 걱정 없는 ‘드라이 가든’ 만들기
항상 물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거나 뜨겁고 건조한 여름 날씨에도 잘 견딜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자 한다면 ‘드라이 가든(Dry Garden)’을 조성해보는 것이 어떨까. ‘드라이 가든’은 지속가능한 정원의 한 형태로, 물을 많이 주지 않아도 쉽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국의 유명한 가든 디자이너 ‘베스 샤토’가 만든 정원 등 많은 사례에서 활용되고 있다.
현무암 경계석을 중심에 깔고 은사초, 라벤다, 러시안세이지 등을 가장 자리에 심었다.
수돗가로 향하는 가장자리에는 파니쿰과 단풍터리풀 등을 심어 아담한 공간을 만들었다.
드라이 가든이라고 해서 빗물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건조에 견디는, 비교적 물을 적게 주어도 되는 정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진흙 성분이 많은 곳보다는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을 고르는 것이 좋고, 꽃의 색깔보다 잎의 형태, 텍스처를 잘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바위나 돌, 다양한 석재로 기본틀을 만들고 식물을 배치하면 정원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지상 1층인 주택의 거실과 주방, 다실에서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정원의 모습이 각각 달라 집 안에서도 다채로운 정원의 모습을 감상하고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스카비오사(Scabiosa, Pincushion Flower ) 5월경부터 피기 시작하는 꽃은 서리가 내릴 때까지 오랫동안 볼 수 있다. 데드헤딩을 하면 다시 꽃을 피우는 데 도움이 된다. / 금꿩의 다리(Thalictrum rochebrumianum) 곧게 뻗은 줄기가 1~1.5m 정도로 큰다. 연보라 색의 꽃이 섬세하고 아름답다.
부처꽃(Lythrum salicaria) 직선의 줄기가 1.2m 정도까지 크며 물속에서도 자라는 숙근초. 가느다란 잎에 보라색 꽃을 늦여름까지 즐길 수 있다. / 실새풀 오버댐(Calamagrostis acutifolia ‘Overdam’) 25℃ 이하의 기온에서 성장이 이루어지며 실새풀 특유의 꽃은 여름부터 다음해 늦봄까지 보기 좋은 형태를 유지한다.
러시안세이지(Russian sage, Perovskia artiplicifolia) 은회색의 향이 나는 줄기에 라벤다 색의 꽃이 피는 허브식물. 건조하고 해가 잘 드는 곳이 좋다. / 떡갈잎수국(Oakleaf Hydrangea) 초여름부터 연두빛이 도는 흰색의 꽃이 피고 시간이 지나면 미묘한 핑크톤이 생긴다. 30cm 정도 길이의 잎사귀는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든다.>>
출처 정원속의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