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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작성일 : 2023-10-11 / 조회 : 693

건축주가 챙겨야 할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

 글쓴이 : 꽃송이

이전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집짓기 전반의 최신 정보들이 대중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바야흐로 직영공사에 도전하기 가장 좋은 시대가 왔다.

 

 

현장 근처 철물점과 건재상 확인하기

 

집을 지을 때 근처에 철물점이 있으면 좋은 점이 많다. 물론 근처에 철물점이 없다고 나쁜 땅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유동 인구가 많고 건축이 활성화된 곳은 철물점이 하나씩 있는데, 이 말은 동네가 좋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집을 짓다 보면 갑자기 필요한 건축자재가 반드시 생긴다. 일반 실리콘을 준비해 놓았는데 갑자기 작업자가 반투명 실리콘을 요청한다고 하자. 동네에 철물점이 없어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물류 창고가 공사 현장과 2시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2,000원짜리 실리콘을 사기 위해 2만원을 운송비로 지불해야 한다.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차로 30분 떨어진 철물점에 다녀온다 해도 누군가 차를 끌고 나가 1시간을 소요해야 하는 일이니, 동네 철물점 유무는 공사에 있어서 중요하다.

 

나의 경우, 동네에 중소형 규모의 철물점이 있어 공사 중간마다 단열재부터 배관 자재까지 다양한 건축자재를 주문할 수 있었다. 그곳은 3층 건물의 1층 전체를 철물점으로 쓰고 있었고, 뒷마당은 자재 창고였다. 시간이 지나 단골이 되고 나니, 외상으로 물건을 사고 월 1회 비용을 납부하는 식으로 거래했다. 반품도 편하고 인터넷 가격과 비교 검색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웬만한 자재들은 그곳에서 공급받았다. 동네 철물점은 반품도 편하고, 동네 장사라 A/S 받는 데도 이점이 있다.

 

철물점과 건재상은 건축자재를 판매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건재상은 모래나 벽돌같이 무겁고 부피가 큰 자재를 취급하는 차이가 있다. 벽돌이나 레미탈은 동네 건재상에서 주문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화물 기사가 벽돌 500개를 1파레트에 싣고 온다. 500개의 벽돌과 레미탈 100포를 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와 작업자 몇 명이 트럭에 올라가 벽돌 500개를 하나씩 바닥에 던졌고, 레미탈은 둘이 한 포씩 내려놓았다. 하지만 거래하는 동네 건재상에 주문하면 지게차가 같이 와서 자재를 한 번에 내려주고 간다. 사실 나랑 같이 자재를 내린 사람들은 다른 작업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최소 20분이 걸린 하차 작업이었는데 하루 일당 20~35만원 하는 작업자들에게 7만원을 아끼기 위해 이런 잡일을 시킨다면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다.

 


 

 

 

 

동네 주민들의 마음 사기

 

공사를 하다 보면 포크레인 같은 대형 작업 차량으로 인해 도로나 땅이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비 오는 날 포크레인이 흙으로 된 땅을 밟고 지나갔는데, 그 자리는 이웃 주민의 주차장 자리여서 원상 복귀해 달라는 첫 민원이 발생했다. 주차를 위해서는 흙보다는 자갈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건재상에 전화를 걸어 훼손된 땅 자리에 자갈을 부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날 자갈이 깔린 자리에 민원을 제기했던 주민분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공사 전 동네 주민들에게 쌀을 돌리는 사람도 있고 무료로 시설물을 보수해주는 건축주도 있다고 들었다. 공사 중에는 당연히 소음이 나고 도로가 지저분해지므로 주민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이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제공하면 된다. 건축 자재를 도로에서 치워달라 고 하면 지게차를 불러서 치우고, 땅이 훼손됐으니 책임지라고 하면 바로 복원해주면 된다.

 

민원이 들어오고 난 후 공사장 근처를 지나는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허리를 90도 꺾어 밝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주말에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면 전날에 근처 집주인분께 떡을 돌리며 양해를 구했다. 그 이후 민원은 더는 들어오지 않았다. 전원주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주민들의 텃세가 심해 공사에 애로를 겪는 게시글들이 많다. 도심에 다세대 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을 짓는 시행사들도 주변 민심을 사기 위해 상당한 정성을 들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도시는 전원 지역보다 소음에 더 민감한 환경이기에 이웃들의 불편 사항이나 민원을 수렴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집짓기의 성공 요인 중 하나이다.

 


 

 

 

 

사소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 청소

 

현장에서 사소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무엇일까? 인원 체크? CCTV? 아니다. 바로 청소다.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현장소장님은 퇴근 시간이면 항상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열심히 청소했다. 그때는 청소가 중요한지 몰랐지만, 주택 신축을 하면서 쓰고 남은 자재들이 점점 바닥에 쌓이는 걸 보고 그가 왜 그렇게 청소를 열심히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 현장소장님은 항상 내일 시공을 생각하며 청소 후에는 진입로까지 마련해 두고 퇴근했다. 타일 작업이 예정되어 있으면 전날 일용직 인부를 불러 청소를 시키고 시공 위치에 타일을 미리 가져다 놓는 양중작업을 지시했다. ‘양중’이란 ‘인양’과 ‘중량물’의 합성어로 무거운 물건을 올릴 때 쓰는 말이다. 현장을 지저분한 채로 두면 다음 공정의 작업자들이 청소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해야 할 일을 못 하고 쓸데없이 청소에 시간을 쓴다면 건축주와 시공자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일이다.

 

청소는 건축자재를 보관하기에도 좋고 분실도 예방하는 이점이 있다. 자재를 어디에 두었는지 잊고 일하다가 다른 자재에 묻혀 못 찾는 때도 있다. 화장실에 수전을 설치하던 중 시공자가 작은 못을 떨어트렸다. 수북이 쌓인 쓰레기 파편들 사이에서 결국 찾지 못했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공사 후반에는 현장 청소를 부지런히 해서 쾌적한 작업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

 

 

 

사소하지만 있으면 좋은 동네식당

 

공사 현장에서 사소하지만 있으면 좋은 조건 중에 하나는 점심을 배달해 주는 식당이다. 작업자들은 식사를 위해 차를 타고 나가기 귀찮아한다. 물론 몇몇은 배달 식단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나가 먹기도 했지만, 10명 중 8명은 점심을 시켜 현장에서 먹었다. 골조공사는 아침 6시 30분부터 시작하니 점심 때면 이미 5시간을 일한 상황이다. 차를 타고 나가는 거리도 부담스럽고 더러워진 작업복을 입고 식당에 가기도 껄끄럽다. 작업자들도 빠르게 식사하고 남는 시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더 선호하는 편이다.

 

골조공사 사장님은 식당에 공사가 끝난 후 한 번에 돈을 주겠다고 했는데, 식당 측에서는 난감해 했다. 보통 공사가 중단되거나 싸움이 나면 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먼저 비용을 부담하고 나중에 골조공사 사장님이 나에게 돈을 주는 방식으로 대신했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사람들을 잘 선별했는지 속썩이는 작업자를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식당 주인이 말한 상황처럼 돈을 제때 받지 못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공사를 준비할 때 근처에 식당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전화를 걸어 돈은 누가, 언제, 어떻게 주는 것이 좋을지 미리 상의하면 좋다.

 

 

 

사소하지만 없으면 안 되는 화장실

 

간이 화장실은 건설 현장 작업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시설이다. 건설 현장용 화장실은 검색해보니 총 3가지가 나왔다.

 

• 푸세식 화장실 : 정화조 필요 없음

• 포세식 화장실 : 정화조 필요 없음, 수도 필요

• 수세식 화장실 : 정화조, 전기, 수도 필요

 

임대하거나 구매하는 방법이 있는데, 공사기간이 길어질 것을 우려해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제일 관리가 편한 푸세식 화장실을 선택했다. 푸세식 화장실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 성인 2명이 손으로 이동할 수 있다

• 성인 3명이 1년 동안 사용한 후 정화조 업체에 부탁해 오수청소를 한다. 청소비용은 10~15만원

• 공사가 끝난 후 오수 청소 후 폐기물로 버릴 수 있다. 비용은 10~30만원

 

공사가 끝난 후 오수 청소 후 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이 추가되지만, 100명 이상의 작업자가 다녀가는 시설물에 돈을 아끼는 게 건축주 평판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아 과감하게 투자했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건축주는 기본적인 조건부터 관리해야 한다. 쾌적한 근무 환경을 위해 좌변기로 업그레이드하고, 휴지걸이도 타공이 필요 없는 부착형으로 설치했다. 예상대로 작업자들은 간이 화장실을 열심히 드나들며 사용했다. 오수가 가득 차는 게 걱정이 되어 판매업체에 확인해보니 성인 3명 사용 기준으로 1년에 1회 오수청소를 한다는 답변을 듣고 안심할 수 있었다.

 

 

 

비계의 알뜰한 활용

 

비계는 일본어로 ‘아시바’라고 하고 영어로는 ‘BT’라고 한다. 일본어와 영어가 합쳐져서 ‘BT아시바’라고도 한다. 비계는 건축공사 때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하는 발판이 있는 사다리라고 이해하면 쉽다. 벽돌, 페인트, 조명, 기와를 시공할 때 비계를 설치해 작업자들이 높은 곳을 발판을 통해 이동한다. 비계는 보통 골조공사 진행 시 최초에 설치한다. 골조공사가 끝나고 비계를 철거하면 잔금을 주기로 했다. 외장벽돌과 기와 작업을 하기 위해 골조사장님에게 비계 철거를 며칠 더 연장하자고 양해를 구했다. 비계를 철거했다면 다시 대여하면 되는데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다. 하지만 이왕이면 비용이 지출된 비계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비계 발판 위에서 작업자들은 벽돌도 쌓고 층간 지붕도 시공하고 외벽 조명도 설치하고 페인트 도장 등의 작업도 진행했다. 비계를 철거한 이후에는 이동형 시스템 비계를 2세트 정도 구입해서 높은 곳에 올라가 작업할 때 사용했다. 사이즈가 규격화된 시스템 비계는 안정성이 높아 간단하게 이동하면서 작업해야 하는 기와 후레싱, 처마 페인트 시공 등에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출처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8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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